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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좋은 책과 리뷰

클린턴은 왜 성추문이 확산될줄 몰랐을까-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매일경제 2월 21일

 

클린턴은 왜 성추문이 확산될줄 몰랐을까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1997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명문대 출신에 법학과 교수를 거친 후 숱한 정치 위기를 극복하고 최고 권력을 얻은 그가 왜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로버트 스턴버그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등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15명이 쓴 신간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에 그 답이 들어 있다.

이들은 클린턴의 잘못된 학습과 변화된 환경에 대한 부적응을 이유로 제시한다. 아칸소주지사 시절에도 관저에서 별 문제 없이 혼외정사를 했고, 백악관 관저에서 벌인 역대 대통령들의 애정행각 전례들을 알고 있었기에 너무 낙관했다.

클린턴은 자신의 애정행각이 대중에게 폭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겼고 설사 폭로될지언정 그 여파가 그리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당시 여론조사에서 기혼자들의 혼외정사 수치가 너무 높았던 것도 클린턴이 잘못된 학습을 하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한다.

클린턴이 저지른 두 번째 결정적인 실수는 성관계에 대한 `기술적 정의`를 사용해 르윈스키와의 성행위를 부인한 것이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완전한 성관계는 가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그의 이상하고 변명에 불과한 성 지식은 도덕성에 더 치명타를 입혔다.

이 책은 심리학 분석을 잣대로 클린턴이 개인의 만족과 타인, 외부세계(국가)의 이해와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그는 당장의 만족을 지연시키지 못하고 순간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클린턴뿐만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의외로 멍청한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명탐정 셜록 홈스`의 작가 코넌 도일은 평생 심령에 빠져 살았고 아인슈타인은 기초적인 덧셈과 뺄셈을 잘 못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난독증을 앓고 있었고 모차르트는 가끔씩 괴성을 지르고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

물론 그 이유는 각기 다르다. 클린턴처럼 권력을 쥔 인물은 스스로 어리석음에 빠진 것이지만 도일은 지나친 호기심과 추리력 때문에 오히려 점점 신비주의에 파고든 것이다. 다빈치, 아인슈타인, 모차르트는 일종의 학습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 책은 학습이론, 만족지연능력, 암묵지식, 성격특성이론, 마음 집중과 마음 분산, 합리성 마비 등 심리학 지식을 토대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행동을 분석한다.

그렇다고 통상적 지능검사나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멍청함에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국가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며 어떻게 전쟁이 일어나게 됐는지 모르는 그런 사람들의 멍청함에 대해 다룬다. 이영진ㆍ방영호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전지현 기자]
출처 : 매일경제 2월 21일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109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