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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채플린 영화 속 '아이스케끼'-안정효 선생님의 Q-English

<로미오와 줄리엣>을 뮤지컬로 만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에서 푸에르토리코 남자의 티를 내느라고 걸핏하면 여성을 비하하는 조지 차키리스에게 애인 리타 모레노가 쏘아붙인다. “Sometimes I don’t know which is thicker ― your skull or your accent.”(자기 꼴통하고 억양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형편없는지 난 가끔 판단이 안 선다니까.) 

skull( 두개골)은 head(머리)나 brain(두뇌)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thick-skulled는 thick-headed나 마찬가지로 우둔한(thick) ‘돌대가리’를 가리킨다. numbskull도 numb(멍청한) 돌대가리를 의미하며, numb에서는 b가 본디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numskull이라고도 쓴다.

<셔레이드(Charade)>에서는 비싼 우표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던 제임스 코번이 캐리 그랜트에게 참으로 화려한 멍청이 명칭에 대해 구사한다. “You greenhorn, why you thick-skulled, hare-brained, half-witted greenhorn, you block-headed jackass, you a nincompoop!”(너 중뿔난 날탱이 자식, 그래 너 돌대가리, 토끼대가리, 반푼이 풋내기, 너 꽉 막힌 바보, 너 이 등신아!) 

이 다채로운 명칭 가운데 greenhorn은 이제 겨우 손가락만한 뿔이 자라나기 시작한 ‘풋내기(green)’ 동물을 가리키고, jackass는 멍청하기로 대표격인 ass(당나귀)의 수컷이다. 

멍청과 똑똑의 기준이 되는 brain은 mind라고도 하는데, <밤을 즐겁게(Pillow Talk)>에서는 임시로 전화를 연결하여 공동으로 사용하는 동안에 사이가 나빠진 바람둥이 작곡가 록 허드슨이 은근히 호감(사랑)을 암시하는 실내장식가 도리스 데이에게 약을 올린다. “Is that all you have in your mind?”(당신은 그런 생각밖에 안 하나요?) 이에 대한 데이의 반격에서는 곁말의 재치가 빛난다. “Never mind my mind.”(내 정신 상태에 대해서는 신경 끄시죠.) 

<뉴욕으로 간 왕(A King in New York)>에서는 가난한 망명생활을 하는 찰리 채플린에게 텔레비전 광고에 나가기 위해서는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고 광고회사 여직원 도운 애덤스가 조언한다. “Nonsense. A little lift here and there and you could look quite young.”(무슨 말씀이세요. 여기 조금 저기 조금씩만 손을 대면 상당히 젊어 보이실 텐데요.) 

채플린이 반박한다. “What do you think ― my face is a skirt?”(무슨 소리야 ― 내 얼굴이 치마인 줄 알아?) lift(=face-lift)는 “(성형수술로) 주름살을 없앤다”는 뜻도 있지만, 본디 ‘들어 올리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채플린 영화에서 “치마를 들어 올리다”라니, 미국에도 “아이스께끼”가 있었던가? 

<우리 아빠 야호!(Parenthood)>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산부인과 대기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여주는데, 나란히 앉혀놓은 아기들의 발가벗은 엉덩이를 뒤쪽에서 찍은 사진에 이런 설명을 붙였다. “A healthy bottom line.”(건강한 볼기짝의 곡선.) 

“왈가왈부 아무리 따져봤자 다 소용없고, 어쨌든 아기는 낳고 보자”는 뜻의 이 표어는 as clean as a baby’s bottom이라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엄마가 반들반들하게 닦아놓은 “아기 볼기짝처럼 깨끗한”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사진설명의 bottom line은 물론 ‘최종적인 결론’이나 ‘중요한 요점’ 또는 ‘결정적인 계기’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의 곁말이다. bottom line의 더 일반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싶으면 <카지노(Casino)>에 나오는 조 페씨의 해설을 들어보라. “The stinking bottom line here is ― cash.”(거지 같은 이곳에서는 현금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이 말씀이야.) 

같은 영화에서, 손버릇이 나쁜 도박장 감독을 해고한 로버트 드 니로를 텍사스 실력자가 찾아와서 다시 취직시키라고 몸집으로 협박한다. 드 니로가 단호하게 거절한다. “He’s weak, he’s incompetent, he jeopardizes the whole place. The bottom line is, he cannot be trusted.”(그 친구는 마음이 약하고, 무능하고, 사업을 몽땅 말아먹게 생겼어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믿을만한 친구가 아니라 이거예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에서 흑인 하녀를 칼질한 제시카 월터와는 어떤 관계인지를 형사가 꼬치꼬치 캐어묻자 짜증이 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화를 낸다. “What boils down to is, I am getting kinda sick of your questions.”(요점을 말씀드리자면, 난 당신이 하는 질문에 비위가 좀 상하려고 그러는군요.) 

what boils down to(무엇인가를 물에 푹푹 끓여서 맨 나중에 남는 결과물)는 bottom line과 비슷한 표현이니, 알아두면 편하겠다. kinda는 kind of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구어체다. sorta(sort of), willya(will you), Injun(Indian), whatcha(what do you), gotcha(got you)도 모두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구어체 단어군이니, 눈여겨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