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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목 안에 개구리가 산다?-안정효 선생님의 Q-English

안정효의 Q-English]목 안에 개구리가 산다?
입력: 2008년 08월 27일 14:48:54
‘풋볼대소동’에서 승부를 조작하는 도박사가 상대편 축구선수를 납치하러 가는 치코에게 묻는다. “Now how do we catch’em?”(그런데 놈들을 어떻게 잡아오지?)

하포가 파리를 잡는 대형 끈끈이를 보여주자 기가 막힌 도박사가 핀잔을 준다. “Oh, that’s for catching flies. Baseball players catch flies. We look for football players.”(그건 파리를 잡는 데 쓰는 물건이야. 야구선수들이나 파리를 잡지. 우리가 찾는 건 축구선수들이고.) 물론 두 번째 문장의 flies는 ‘파리’가 아니라 ‘뜬공’이다.

‘막스 4형제의 선상 대소동(Monkey Business)’에도 웃기는 파리들이 등장한다. 파리잡이 끈끈이를 깔고 앉아있는 치코를 보고 그라우초가 점잖게 타이른다. “Would you mind getting off that flypaper and giving the fly a chance?”(그 파리잡이에서 일어나 파리가 살아날 기회를 좀 주면 어떨까?)

치코는 충고를 받아들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그라우초의 말이 말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주저앉는다. “Oh, you are crazy. Flies can’t read papers.”(자네 미쳤구먼. 파리들이 어떻게 신문을 읽는단 말이야.) flypaper(끈끈이)는 fly(파리)의 paper(신문), 즉 “파리들이 읽는 신문”이라는 식으로 읽기도 가능하다.

밀항자를 잡으러 찾아다니는 항해사가 취사실로 들어와서 “I’m looking for a couple of mugs”(난 두 명의 못된 놈들을 찾아다니는 중인데)라고 하자 하포가 족기 두 개를 내놓는다.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족기’도 mug이고, ‘불한당’도 역시 mug다. mugger는 강도(robber)와 같은 말이며, mug shot은 현상범을 잡으려는 ‘수배 사진’을 뜻한다. 범죄자가 체포되면 번호판을 들고 다짜고짜 찍는 사진 말이다. 영국 속어로는 mug가 완전히 다른 신분으로 바뀌어, ‘공부벌레’가 된다.

소심해 보인다는 델마 토드의 말에 변호사 행세를 하던 그라우초가 반박한다. “You bet I’m shy. I’m a shyster lawyer.”(수줍고 말고. 난 수줍음이 많은 변호사거든.) 하지만 shyster는 youngster(젊은 사람)이나 gangster와 닮은 모양이어서 -ster(~하는 사람)라는 결합사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만 “수줍음이 많은 사람”처럼 보일 따름이고, 사실은 ‘책사(策士)’나 ‘사기꾼’이요, 구어로는 ‘악덕변호사’다. 겁 많은 사람은 shyer나 shier라고 한다.

놓친 개구리를 잡으러 찾아다니던 하포는 옆에서 목이 잠긴 환자가 의사에게 하는 말을 듣는다. “I got a frog in my throat.”(내 목구멍에 개구리가 한 마리 들어앉았어요.) 하포가 얼른 환자의 입을 벌리고 들여다보지만, 개구리는 물론 없다. frog은 구어로 ‘쉰 목소리’고, have a frog in the throat은 “목이 쉬었다” 또는 “목구멍에서 가래가 끓는다”는 소리다.

마지막으로 ‘선상 대소동’의 재치가 넘치는 대사 한 마디만 더 들어보자. 폭력배 두목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초청을 받은 그라우초가 겁도 없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Do you call this a party? The beer is warm, the women are cold, I’m hot under the collar.”(이따위 파티가 어디 있어? 맥주는 미지근하고, 여자들은 차갑고, 난 열을 받았단 말야.)

온도를 나타내는 세 단어 warm, cold, hot이 mismatch(궁합이 안 맞는 조합)를 이루어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이다. 맥주는 시원하고, 여자는 화끈(hot)하고, 손님은 기분이 느긋(cool)해야 하는데,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부엌에서는 하녀처럼, 외출하면 귀부인처럼, 침실에서는 창녀처럼 처신하는 아내를 얻으려던 남자가 부엌에서는 귀부인처럼, 침실에서는 하녀처럼, 그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하면 창녀처럼 행동하는 아내를 얻었다는 농담을 연상시키는 화법이다. 우리 문학에서도 이런 부조화의 화법은 애용되어서, 조선시대의 소설 ‘축빈설(逐貧設)’의 주인공 유비자는 “붓으로 밭을 갈고, 마음으로 천을 짜고, 벼루에 밥을 먹었다”고 한다.

hot under the collar는 “화가 나서” 또는 “흥분(당혹)하여”라는 구어체 표현이다. warm은 날씨를 나타낼 때, ‘따뜻한’이 아니라 ‘더운’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카사블랑카(Casablanca)’ 도입부에서 공항에 도착한 독일군 소령에게 클로드 레인스 경찰국장이 “You may find the climate of Casablanca a trifle warm”이라며 눈치를 살피는데, 이것은 아프리카 “카사블랑카의 기후가 약간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군요”가 아니라 “좀 덥겠군요”라는 의미다.

흑인 문학의 고전을 영화로 만든 ‘월터의 선택(A Raisin in the Sun)’에서 처음 집으로 찾아온 시누이의 남자 친구에게 루트가 하는 말에서는 그런 용법이 더욱 확실하다. “Warm, ain’t it? I mean for September. Just like they say about Chicago weather: If it’s too hot or cold for you, just wait a minute and it’ll change.”(덥지 않아요? 9월 치곤 말예요. 시카고에 대해서 사람들이 하는 말마따나, 너무 덥거나 추울 때는 그냥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날씨란 바뀌게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