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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번역가의 삶

소설가들이 번역까지

글쎄,
번역이야말로 창작이 요구되는 분야이며, 
원저자의 글을 재창조해야하는 창작의 고통이 뒤따름을...
한 두줄 번역 경험으로 쉽게 판단을 내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 배수아·김연수·정영문… 30~40대초 소설가들 번역시장 가세
    • 이번 주 출간되는 독일 인기 소설가 야콥 하인(Jacob Hein)의 장편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의 번역자는 소설가 배수아씨다. 3년 전 하인의 또 다른 장편 ‘나의 첫 번째 티셔츠’로 번역가 명함을 처음 팠던 그녀는 요즘 외국 소설을 읽고 우리말로 옮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배씨는 독일 소설가 마틴 발저(Martin Walser)의 소설도 번역하기로 최근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소설가 김연수씨도 중국 출신의 미국 소설가 하진의 장편 ‘기다림’을 번역한 데 이어 미국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소설집 ‘대성당’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두 작품은 올 하반기중 시공사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각각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가들이 번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안정효, 이윤기, 김석희씨 등이 선점한 ‘소설가 번역 시장’에 최근 들어 배수아, 정영문, 김연수씨 등 30~40대 초반의 젊은 소설가들이 가세하고 있다. 번역에 나선 소설가 대부분이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등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은 실력파 소설가들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작가 번역가’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소설가는 정영문씨. 해마다 4~5편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하는 정씨는 올해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와 영국 문단의 인기 작가인 존 파울스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시인 허수경씨도 ‘에투르리아의 웃음’(가제)이라는 스페인 소설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어린이 그림책과 동화책 분야에서도 소설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003년 동화 번역을 시작한 함정임씨는 올 가을에도 새로운 동화 번역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김영하, 조경란, 한강씨도 동화책을 번역한 이력을 갖고 있다.

      소설가들의 번역 진출은 번역 문학의 질을 높여 독자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문학 번역은 의미뿐 아니라 문체까지도 옮겨야 하므로 소설가들이 맡았을 때 어색하지 않은 좋은 번역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들의 번역료가 다른 번역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영문씨는 “인기 소설가의 경우 일반 번역자보다 500~1000원 많은 200자 원고지 한 장당 4000~4500원의 번역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가 창작 활동에 번역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린다. 김연수씨는 “번역은 소설가인 내게 낯선 문장을 만나는 경험을 준다”며 “카버와 하진처럼 문장이 좋은 작가들을 읽으면서 동시대 외국 작가들이 어떤 감각으로 소설을 쓰는지 아는 것도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작은 사냥꾼’이란 동화책을 번역했던 김영하씨는 그러나 “번역은 자신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풀(pool)을 벗어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창작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경계했다.
    •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입력 : 2007.04.16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