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제목, 낯선 작가의 소설집.
읽으려고 작정해서 읽은 것은 아니다. 때론 별 생각 없이, 이유가 무엇이든, 의무적으로 읽든, 그저 집어 들어 읽은 책이 큰 여운으로 남기도 하는 법.
본래 내가 한국 문학 작가를 잘 몰라서인지 몰라도 윤대녕이라는 작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이 여러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란 것도, 책 표지에 윤대녕 소설집이라고 떡하니 적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글쎄 두 번째 소설 '제비를 기르다'의 여운이 크게 남아서인지 동일 주인 공이라는 큰 틀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이 아닌가 하고 심각한 착각을 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줄거리를 굳이 정리하려고 하면 할 수록 더 떠오르지 않는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의 흐름, 분위기 자체가 그래서인지, 그저 보통 사람이 이야기를 아주 세밀히 묘사해 놓은 것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그저 읽으면서 공감하고 느끼면 그만이지 이 책을 통해 뭔가를 깨닫고 얻고자 하는 것은 이 책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란 생각이 내내 들었다.(이 책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내 자신, 친구, 가족, 아버지, 어머니, 연인, 옛 추억의 여인...... 작가 신경숙이 내밀하고 매혹적이라고 극찬했듯이, 윤대녕의 글은 우리네 보통 사람의 삶, 사랑, 가족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언어로 각색해 놓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 윤대녕 언어유희를 즐기는 것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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