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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죽여주는 여자라고?-안정효 선생님의 Q-English

장난꾸러기 멜 브룩스의 영화 <젊은 프랑켄슈타인(Young Frankenstein)>에서 괴성(怪城)으로 가는 길에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여조수 테리 가는 친절한 ‘안내’를 한다. “Werewolf.”(늑대인간이에요.) werewolf(‘위어울프’라고 발음함)를 “Where wolf(늑대 어디 있어요)?”라는 말로 잘못 듣고 진 와일더가 묻는다. “What?”(뭐라고요?) 사팔뜨기 꼽추 조수 마티 펠드먼이 손으로 가리키며 보충설명을 한다. “There, wolf. There, castle.”(저기 늑대 있어요. 성은 저기 있고요.)

괴성에 도착하니 성문에 굉장히 큰 문드리개가 달려 있어서, 와일더가 감탄한다. “What a knocker.”(정말 대단한 문두드리개로군요.) knocker는 놋쇠 따위로 만들어 손님이 밖에서 두드리면 안에서 주인이 듣고 나와 문을 열어주는 초인종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조수는 그 말이 그녀를 “죽여주는 여자(knocker)”라고 감탄하는 소리라고 오해하고는 혼자 즐거워한다. “Thank you, doctor!”

Frankenstein이라는 이름에 관한 사람들의 오해도 하나 풀고 넘어가야겠다. <작은 전쟁(The War)>에서 지저분하고 불량한 이웃 아이가 자기몸에 상처가 많다고 동생에게 참으로 지저분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I got more scars than Frankenstein.”(내 몸에는 프랑켄슈타인보다도 흉터가 많아.) 

<달빛 아래서(Houseboat)>를 보면 너무 바빠 오랜만에 집으로 온 아버지 캐리 그랜트가 미워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반갑게 맞아주기를 거부하며 막내아들이 심통을 부린다. “I hate everybody. I hate everybody in the whole wide world.”(난 사람들이 다 싫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미워.) whole wide world는 물론 www 두운이다.

막내의 심통스러운 불평을 듣고 큰아들이 꾸짖는다. “You give me the creeps.”(너 정말 밥맛없는 애야.) 그리고는 여동생에게. “Leave this little Frankenstein here. Come on, let’s go down.”(이 꼬마 프랑켄슈타인은 여기 있으라고 해. 자, 우린 내려가자.)

위 두 영화의 대사를 보면, 프랑켄슈타인이 마치 “흉터가 많은 괴물”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애봇과 코스텔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Abbott and Costello Meet Frankenstein)>에서 버드 애봇이 읽어주는 책자의 안내문 내용은 이러하다. “The scientist named Frankenstein made a monster by sawing together parts of old dead bodies.”(프랑켄슈타인이라는 과학자가 오래된 시체의 여러 부분을 서로 꿰매어 붙여서 괴물을 만들었다.)

그렇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라, 시체로 괴물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은 과학자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밝힌 애봇과 코스텔로 영화의 제목 자체도 오류다. 이 영화에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전혀 안 나오고, 두 사람은 무서운 괴물만 자꾸 만난다.

<커버 걸(Cover Girl)>에서는 Broadway Tattler(연예가 수다쟁이)라는 신문 고정란에 실린 글의 제목을 소개한다. “FLASH! Over night heat wave hits town!”(번쩍! 밤새도록 뉴욕을 강타한 혹서!)

이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1944년)에만 해도 over night을 두 단어로 떼어서 썼지만, 요즈음에는 붙여서 overnight라고 한다. ‘고층 건물’을 뜻하는 high rise도 요즈음에는 high-rise 단계를 거쳐 highrise로 바뀌는 추세이며, 이런 식으로 두 단어가 결합해 새로운 한 단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flash(번쩍·섬광)는 ‘긴급 소식’이라는 언론 전문용어다. 외국 통신사가 기사를 타전할 때는 그 중요성에 따라 제목 위에다 bulletin(속보)이나 urgent(지급) 따위로 구분해, 각 언론사에서 쉽게 기사의 비중을 판단하고 선별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flash가 실린 같은 신문에는 이런 글도 나란히 나온다. “You’ll see the current Vanity cover in the flesh. And what flesh!”(여러분은 최근호 <배니티>의 표지를 직접 보게 됩니다. 살 냄새가 뭉클 나는 표지를!)

flesh(살·육체)는 flash와 homophone이고, in the flesh(살덩어리로)는, 전에 한 번 설명한 바가 있듯이, 어떤 대상을 직접 보거나 만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쥬라기 공원 3(Jurassic Park III)>에서 샘 닐에게 섬으로 안내를 부탁하며 국제적인 갑부가 “You’ve seen these animals in the flesh”(당신은 이 동물들을 직접 봤겠죠)라고 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렇게 직접 ‘살덩어리로’ 접하는 대상이 동물이나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면 in the flesh 대신 in person이라고 해도 된다.

앞에서 언급한 <배니티>의 표지에는 육감적인 여자의 사진이 실렸고, 그래서 what flesh(대단한 육체·죽여주는 몸뚱어리)라는 pun을 교묘하게 구사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말장난은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에서도 나타난다.

다니엘라 비앙키가 007을 직접 만나 정보를 넘겨주고 싶어 한다니까 숀 코너리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하며 의문을 제기한다. “Suppose when she meets me in the flesh and I don’t come up to her expectations.”(그 여자가 날 직접 만나보고는 그녀의 기대에 내가 못 미친다고 생각하면 어쩌나요.)

그리고 불가리아 첩보원들의 거점을 잠망경으로 살피던 코너리는 비앙키의 ‘실물’이 눈에 띄자 생각이 달라진다. “I’d like to see her in the flesh.”(저 여자 직접 한 번 만나보고 싶군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묘하게도 in the flesh가 “육체로 만나고 싶다”는 소리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