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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Who, Who, Who, 너 부엉이냐-안정효 선생님의 Q-English

<코쿤(Cocoon)>의 흄 크로닌 영감은 우주의 정기를 받아 회춘 되는 바람에 정력이 넘친다. 그래서 밤 늦도록 같이 술이나 마시자고 자꾸 귀찮게 보채지만, 늙은 두 친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가겠다며 고집하는 돈 아미치에게 심통을 부린다. “So good night, you worriers. Boy, talk about a wet blanket.”(그렇다면 어서 가 봐, 이 겁쟁이들아. 정말 밥맛 떨어지는구먼.)

여기서 worrier(걱정만 하는 사람)는 warrior(용감한 역전의 용사)와 완전히 반대 의미를 지닌 동음어다. wet blanket(젖은 담요)은 불을 끌 때 사용한다. 그래서 한참 화끈 달았을 때 완전히 흥을 깨트리는 사람을 wet blanket이라고 한다.

<가프가 본 세상(The World According to Garp)>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아내가 대학원에 강의를 나가게 된다. 어린 아들은 graduate school(대학원)을 gradual school이라고 잘못 듣고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장난기가 발동한 아버지의 설명이다. “A gradual school is where you go and gradually find out you don’t want to go to school any more.”(점점학교는 입학을 하고 나면 더 이상 학교가 다니기 싫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되는 그런 곳이란다.)

어휘력이 짧아서 잘못 알아듣고 어린아이가 엉뚱한 말을 만들어내는 위 경우와는 반대로, 의도적인 homophone은 대부분의 풍부한 어휘력을 바탕으로 삼아 만들어낸다.

막스 4형제와 쌍벽을 이루었던 할리우드의 희극배우 집단 세 얼간이(The Three Stooges=Larry Fine, Mo Howard, Jerry ‘Curly’ Howard)의 어느 텔레비전 촌극에서는 세탁 당번인 컬리 수병이 제독의 옷을 훔쳐 입고 파티에 간다. 독일 첩자가 동료 여간첩더러 ‘제독’에게 접근하여 쓸 만한 정보를 빼내라고 지시하자 여자가 만만하게 장담한다.

“Don’t worry. I’ll get the information if it’s womanly possible.”(걱정 말아요. 여성으로서 가능한 일이기만 하다면, 내가 꼭 정보를 알아낼 테니까요.)

이 말이 웃기는 까닭은 womanly의 용법이 무식한 사람의 문자쓰기처럼 이상하기 때문이다. womanly possible을 정확히 번역한다면 “여성답게 가능한”이라는 어색한 표현이어서, 말도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womanly는 humanly와 동음어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하게 들린다. 그래서 womanly를 humanly와 교체하여 if it’s humanly possible이라고 하면, “만일 그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기만 하다면 어떤 수단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을 해 내겠다”는 아주 흔한 관용구가 된다.

어쨌든 여간첩은 컬리에게 접근하려고 말을 건다. “Admiral Taylor.”(테일러 제독이시군요.) 컬리 수병이 놀라서 묻는다. “How did you know I was a tailor?”(내가 재봉사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여자는 컬리의 명찰에서 Admiral Taylor라는 이름부터 확인한 반면에 컬리는 훔쳐 입은 옷의 임자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double talk이다. 그리고 동음어 Taylor와 tailor는 pun을 만들어낸다.

Taylor와 tailor는 사실 동음어라기보다는 ‘양복장이’를 뜻하는 같은 단어다. 서양 인명에는 이렇게 직업을 나타내는 이름이 많다. Fisher(어부), Miller(방앗간 주인), Smith(대장장이), Baker(빵장수), Hunt(=Hunter, 사냥꾼), Marshall(사령관), King(왕), Wagner(=Waggoner, 마부), Wheeler(짐수레꾼), Warden(감독), Shoemaker(구두장이), Gardner(정원사) 같은 이름도 그래서 자주 곁말놀이에 등장한다.

이름을 이용한 동음어 말장난은 <밀리언 달러 호텔>에서도 난무한다. FBI 요원 멜 깁슨이 살인범을 찾아내기 위해 용의선상에 오른 투숙객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저능아 제러미 데이비스가 말을 더듬으며 묻는다. “Who, who, who?”(누구-누구-누구요?)

깁슨이 짜증을 부린다. “What are you, an owl? The dead man Israel Goldkiss.”(너 부엉이냐? 죽은 사람 이스라엘 골드키스 말이야.) 부엉이 울음소리를 영어로는 whoo, whoo 또는 whoop, whoop이라고 표기하는데, 데이비스가 Who, who, who라고 더듬는 말이 영락없는 부엉이 소리다. 그래서 깁슨은 “너 부엉이냐?”라면서 핀잔을 준다.

그러자 데이비스가 말한다. “Izzy.” 이 호텔 투숙객들 사이에서는 Israel이 이지(Izzy)라는 애칭으로 통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깁슨은 Izzy를 Is he라는 말로 잘못 듣고 되묻는다. “Is he what?”(그 친구가 뭘 어쨌단 말야?) 데이비스가 부연하여 설명한다. “Izzy…was he.”(그 친구…이름이 이지라고요.) “Izzy. Right.”(이지라고. 알았어.)

이어서 데이비스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Geronimo.”(제로니모요.) 인상이 인디언 같아 보여서 별명이 제로니모인 지미 스밋츠를 만나보라는 뜻이다. 깁슨이 다시 짜증스러워진다. “Whatever.”(그냥 넘어가자고.) 깁슨이 그런 반응을 보인 까닭은 Geronimo를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요”라고 놀리는 소리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