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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Two Times Ten 유치한 말 장난-안정효 선생님의 Q-Enghlish

빔 벤더스의 <밀리언 달러 호텔>에서 double talk(동문서답)을 위한 pun(곁말)으로 쓰였던 고유명사 제로니모는 유명한 아파치족 인디언 추장의 이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널리 애용하는 짝퉁 영어 “Fighting!”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극기 훈련을 받으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따위의 위험한 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자야!”라며 애인 이름을 외치듯이, 미국인들은 힘을 내기 위해 “제로니모!”라고 힘껏 외치고는 한다.

“Geronimo!”는 이렇게 “내가 나가신다!”라는 일반적인 뜻 말고도 “어려운 일을 참 잘 해냈다”는 격려의 말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밀리언 달러 호텔>의 멜 깁슨은 말더듬이에게서 칭찬을 듣고는 몹시 기분이 상한 눈치다.

<못말리는 람보(Hot Shots! Part Deux)>를 보면 특공대원들이 차례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며 “제로니모!”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인디언이 뛰어내리며 외친다. “Me!”(나!) 아마도 그 인디언의 이름이 제로니모였던 모양이다.

<못말리는 람보>의 전편(前篇)에 해당되는 <못말리는 비행사(Hot Shots!)>에서는 여자를 놓고 삼각관계에 처한 찰리 신과 다른 조종사가 아이들처럼 입씨름을 벌인다. “Not, not, not, not, not!”(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찰리 신이 반격한다. “Too, too, too, too, too! Too times ten!”(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곱하기 10!) 두 조종사가 도대체 무슨 말장난을 하는지를 이해하려면 not과 too가 대결하는 특이한 대화에 숨겨진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사막의 꽃(Desert Bloom)>에서는 13살 소녀 안나베트 기시가 어떤 남자 배우를 좋아한다고 얘기하자 자존심이 상한 남자 친구 제이 언더우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코웃음을 친다. “I think he was just a stand-in, though.”(내가 보기엔 그 사람 시시한 대역 배우밖에 안 되는 것 같더구만.)

기시가 반문한다. “He was?”(그래?) 언더우드가 고집한다. “Of course.”(물론이지.) 기시가 반박한다. “He was not.”(그렇지 않아.) 소년이 재반박한다. “He was too.”(내 말이 맞아.) “He was not.”(안 맞아.) “He was too.”(맞는다니까.) “He was not.”(안 맞는다니까.) “He was too.”(맞는다고.)

이렇게 not과 too는 어떤 문제를 놓고 서로 고집을 부릴 때 쓰이는 화법이지만, 아이들(중에서도 특히 계집아이들)이나 잘 쓰는 말투다. 나중에 아버지 존 보이트를 너무 미워해서 같은 집에서 살기 싫다며 가출해버린 기시가 할머니를 찾아가겠다니까 언더우드가 또 코웃음을 친다.

“To Reno? In the middle of the night? You can’t go on to the desert like that.”(리노까지 말이야? 이런 한밤중에? 사막에는 아무나 가는 게 아냐.) 여기에서 like that은 “아무것도 아닌 일인 듯 그렇게 간단히”라는 뜻이며, just like that이라고 할 때도 많다. 그리고 이 말을 할 때는 흔히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말로 “손바닥을 뒤집 듯 그렇게 간단히” 정도의 뜻이 된다.

기시는 이번에도 똑같은 화법으로 반박한다. “I can too!”(내가 못 가긴 왜 못 가!) 이 정도면 not과 too의 대칭 용법은 이해가 가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찰리 신이 들이대던 Too times ten은 무엇일까? “Too 곱하기 10”이니까, 일일이 too 소리를 열 번 하기는 싫어서 한꺼번에 하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two times ten(2×10)이라는 99단 homophone 장난이다. 정말로 유치한 어른들의 말다툼이다.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은 현실과 환상의 충돌 상황이 감동적인 주제를 제공한다. 결혼에 실패한 모린 오하라는 어린 딸 나탈리 우드에게 산타클로스 따위의 허황된 얘기(想像)를 믿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성탄절 대목에 오하라가 일하는 백화점에서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라고 고용된 에드먼드 그웬은 그와 상반되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Imagination is a place by itself. A separate country. You heard of the French nation, the British nation. This is the image nation.”(상상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마을이 된단다. 따로 떨어진 하나의 나라 말이다. 프랑스 나라와 영국 나라에 대한 얘긴 너도 들어봤겠지. 이건 상상 나라라는 곳이야.) image nation은 물론 그웬 노인이 상상해낸 imagination의 homophone이다.

백마를 타고 오는 왕자님 따위는 상상하면 안 된다고 단단히 교육을 받은 어린 우드는 같은 아파트먼트에 사는 또래 계집아이들이 곰 흉내를 내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을 보고 “They play silly games”(쟤들은 바보 같은 놀이를 하잖아요)라며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결국 우드는 산타클로스 노인과 함께 원숭이 흉내를 내는 장난을 하다가 엄마한테 들키고는 야단을 맞는다.

노인은 이 흉내놀이가 make-believe라고 우드에게 가르쳐준다. make와 believe라는 지극히 초보적인 두 단어로 이루어진 이 표현은 자칫 촌스러운 말이라고 푸대접을 받기 쉽지만, 널리 쓰이는 영어 단어이니 애용하기 바란다. 다만, ‘백일몽’이나 어린아이들의 상상력 차원의 imagination이라는 점만 유의하기 바란다. 노인과 우드의 원숭이 흉내 장난은 mimicry나 pretending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