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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이 몸은 기분파라는 이름의 전차-안정효 선생님의 Q-English

<춤추는 대뉴욕>에는 진화한 동음어도 등장한다. 박물관에서 줄스 먼신 수병이 공룡의 뼈대를 무너트렸으니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연락이 순찰차에 무전으로 전달된다. “Calling Car 44. Report to Museum of Anthropological History and investigate the collapse of dinosaur.”(44호 순찰차는 응답하라. 인류사 박물관으로 출동하여 무너진 공룡에 대해서 조사하기 바란다.)

무전을 받은 경찰관이 놀라서 동료에게 말한다. “Collapse!”(기절하다니!) 경찰관은 collapse(무너지다)를 collapse(기절하다)라는 말로 잘못 들었다. 그래서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줄줄이 오해의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Why, that’s terrible. She’s my favorite singing star, that Dinah Shore!”(이런 끔찍한 일이 어디 있나. 그 여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데. 다이나 쇼어 말이야!) collapse를 ‘기절하다’라고 착각했으니, ‘기절’의 주인공 dinosaur(다이너소어)를 여가수 Dinah Shore라고 연상(聯想)한 제2의 착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춤추는 뉴욕에서는 pun도 계속 춤춘다. 사랑하는 “지하철 아가씨” 비라-엘렌이 도망간 다음 상심한 진 켈리 수병에게 프랭크 시나트라 수병이 위로의 말을 한다. “We’re your pals, pal. I’ll be right with you and you can count on me.”(우린 자네 친구들이라네, 친구여. 난 자네 곁에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자넨 날 믿어도 되네.)

그리고는 count on(의지하다)이라는 단어로 곁말놀이를 한다. “As the adding machine once said, you can count/on/me.”(언젠가 계산기가 말했듯이, 자넨 나한테 의지해도 된다네.) 여기에서는 on이 앞 단어 count에 달라붙어 “의지하다”라는 의미를 이룰 때와는 달리, 뒤따라 나오는 me와 짝을 맺으면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count) on me는 “내 몸을 두드려라,” 그러니까 “나(계산기)를 사용(해서 계산)하라”는 뜻이다.

사랑에 저돌적인 택시 운전사 베티 개럿도 켈리 수병에게 똑같은 화법을 구사한다. “I’ll stick to you.”(난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어요.) 그리고는 냉큼 이렇게 덧붙여 노래한다. “As the flypaper told the fly, I’ll stick to you.”(끈끈이가 파리한테 말했듯이, 난 당신한테 찰싹 달라붙을 거예요.)

그리고 <춤추는 대뉴욕>에서는 allusion(인유)의 기법도 선보인다. 인유(引喩)란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나 고전의 내용 또는 널리 알려진 어떤 다른 개념을 끌어다가 빗대어 하고 싶은 얘기를 과장하거나 강조하는 표현으로서, 문학과 영화에서 흔히 활용된다.

인유가 무엇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쌤의 아들(Sam’s Son)>을 보면 허약한 주인공이 머리를 몰래 기르다가 걸려 교장선생에게 끌려가 꾸중을 듣는다. “Let me get it straight. You don’t want to have your hair cut, because you don’t want to lose your strength.”(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따져보자. 그러니까 넌 기운이 빠지지 말라고 머리를 깎지 않겠다 이 얘기냐?)

주인공은 성경에 나오는 삼손처럼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힘이 솟아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영화의 원제 Sam’s son을 줄이면 Samson이라는 표기도 가능하다. (영어 이름에서는 예를 들어 Johnson은 John’s son, Richardson은 Richard’s son, Peterson은 Peter’s son이라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성서를 인유한 경우를 biblical allusion이라고 한다. 성경 구절을 직접 인용하는 biblical quotation과의 차이를 명심하기 바란다.

<춤추는 대뉴욕>에서는 세 명의 수병이 모처럼 휴가를 받아 군함에서 내려 뉴욕을 돌아다니며 애인을 구하는데, 진 켈리 수병이 사소한 오해 때문에 비라-엘렌과 헤어져 저녁시간을 같이 보낼 여자가 없어진다. 그래서 서둘러 켈리와 짝이 될 여자를 시나트라가 구하기는 하는데, 막상 나타난 여자 앨리스 피어스를 보니 못생겨도 정말 못생겼다. 그러나 멋쟁이 수병 켈리와 인연을 맺게 된 피어스는 혼자 신이 나서 외친다.

“Hildy can tell you I’m just Streetcar Named Impulsive.”(힐디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이 몸은 기분파라는 이름의 전차랍니다.) 피어스의 공격적인 별명은 물론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명한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를 변형시킨 allusion이다. 그리고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켈리 수병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피어스가 내처 묻는다.

“Did you see ‘The Lost Weekend’?”(<잃어버린 주말>을 보셨나요?) 4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빌리 와일더의 명작 <잃어버린 주말>은 1944년에 찰스 잭슨이 발표한 소설이 원작으로서, 술 중독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고 못생긴 기분파 아가씨의 질문에 켈리는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See it? How I resent it.”(봤느냐고요? 난 정말로 그게 서럽다고요.)

여기에서 see는 ‘경험하다’라는 뜻으로 쓰였고, the lost weekend는 헛되게 보낸 주말 휴가를 가리킨다. 그리고 resent는 ‘섭섭하다’거나 ‘후회가 막심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켈리 수병이 한 말은 “이렇게 주말을 잃어버리게 생겼으니 내 신세가 정말 처량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