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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create, 때론 꼴불견

[안정효의 Q-English]창조의 create, 때론 꼴불견
입력: 2008년 11월 26일 14:41:13
<프렌치 커넥션 2(French Connection II)>에서는 악당들이 마약을 과다하게 주사해서 갑자기 중독된 진 해크먼이 회복을 위한 치료 중에 야구에 대해서 프랑스 형사와 대화를 나누는데, 의도하지 않은 double talk(동문서답)이 튀어나온다.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mother tongue(모국어)이 서로 다르고 문화적인 차이가 심해서 발생한 오해 때문이다.

“Southpaw?”(남쪽 손요?) ‘남쪽 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프랑스 형사가 묻는다. southpaw는 1885년 경 시카고의 야구장에서는 투수의 왼손이 남쪽을 향했기 때문에 생겨난 표현이다.

해크먼이 설명한다. “Yeah, he was a lefty.”(그래. 왼손잡이였다구.) lefty라니까 ‘좌익(leftist)’을 연상한 프랑스인이 반문한다. “You mean a communist?”(그럼 공산주의자란 말인가요?)

우리나라 사전에서는 대부분 communist와 Communist를 혼용하는데, 원칙적으로 ‘공산주의자’는 소문자로 시작하고, ‘공산당원’은 특수 단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고유명사로 삼아 대문자로 시작해서 Communist라고 쓴다. 대문자로 시작한 Democratic을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민주당원’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그러니까 프랑스인은 분명히 communist라고 ‘소문자’로 말했는데, 해크먼은 ‘대문자’ Communist라고 잘못 듣고는 이렇게 말한다. “No, he was a Republican.”(아냐. 그 친구 공화당원이었어.)

같은 영화에서는 영어에 대한 오해가 우리말로 오역을 낳기도 했다. 프랑스 수사관에게 미국 초콜릿을 먹어보라고 권했던 진 해크먼은 프랑스인이 안 먹겠다니까 핀잔을 준다. “It’s not good for frogs. Makes them jump backwards.”

한국 텔레비전에서는 이 말을 “개구리나 먹어대는 너희들이 미국 초콜릿을 맛보면 뒤로 점프할걸?”이라고 번역했다. 우리말 번역문이 영어 원문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frog은 속어로 프랑스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good for frog을 그대로 번역하면 “개구리에게(for) 좋다”는 뜻이어서, ‘먹어대는’이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원문에 없는 말을 억지로 끼워 맞춰 놓으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오역이 나온다.

그리고 “뒤로 점프하다”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고, 무슨 뜻일까? ‘점프’는 jump의 한글 표기는 될지언정 번역이 아니다. 번역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한글’과 ‘우리말’의 차이조차 모르는 경우가 퍽 많다. jump backwards는 “펄쩍 뒷걸음질을 치다”, 그러니까 “기겁해서 도망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예문은 “프랑스 놈들은 미국 초콜릿을 우습게 본다니까. 보기만 해도 질겁을 한다구”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frog의 경우는 오역의 씨앗이 되었지만,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pun(곁말)은 잘 살리면 재치가 넘치는 문장이 된다. <깊은 잠(The Big Sleep)>에서 사립탐정 험프리 보가트가 길거리에서 건너편 집을 감시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는 근처의 고서점으로 들어가 여점원 도로티 멀론에게 작업을 건다.

“You know, it just happens I have a bottle of pretty good rye in my pocket. I’d rather get wet in here.”(뭡니까, 마침 내 호주머니에 상당히 좋은 호밀위스키가 한 병 있는데요. 이왕이면 난 이 안에서 젖고 싶군요.)

just happen(s)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하필이면 지금 ~하다”라고 둘러대는 말이고, get wet(젖다)은 “술에 흠뻑 취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비를 맞아 젖느니 여기서 아가씨하고 놀면서 술에 젖어보고 싶다”는 표현이 된다. 마침 퇴근 시간이 다 되었던지라 멀론은 냉큼 문을 닫아걸고 창가리개를 내린다.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기 전에 곁말놀이 몇 가지만 더 찾아보기로 하자. <살인광시대(Monsieur Verdoux)>에서 집을 사러 온 돈 많은 황혼기 여자를 유혹하려던 연쇄살인범 찰리 채플린이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 창문 밖으로 떨어진다. “I must have slipped.”(내가 발을 헛디딘 모양이군요.) 채플린이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려고 한다.

늙은 여자한테 아첨을 떠는 채플린을 보고 눈꼴이 사나웠던 부동산업자가 지체없이 화답한다. “No doubt.”(맞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부동산업자가 이 말을 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단어는 slip(미끄러지다)이 아니라 slip(실수하다)이었다. 그러니까 “실례했고 말고요”라는 뜻이다. slip of tongue은 “헛나간 말,” 즉 “말의 실수”다.

<이창(裏窓, Rear Window)>의 그레이스 켈리는 상류사회 여성이지만 문화적인 소양이 부족하고, 그래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리가 뒷집에서 들려오자 이렇게 감탄한다. “Where does a man get an inspiration to write a song like that? I wish I could be creative.”(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어 저런 음악을 작곡할까요? 나도 창의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잡지사 사진기자인 제임스 스튜어트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Oh, sweetie, you are. You have a great talent for creating difficult situations.”(이봐요, 아가씨, 당신 실력도 만만치 않아요. 당신은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재능이 대단하잖아요.)

create(창조하다)라면 한국인들은 긍정적인 미덕으로만 생각하는데, 영어에서는 나쁜 일도 열심히 create(일으키다)한다. create a scene이라고 하면 공공장소에서 부부싸움을 벌이거나 아무한테나 무례를 범하는 따위의 ‘꼴불견’에 적용하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