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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Useful Expression

You're begging the question-말꼬리 잡으시는군요.

 

You're begging the question. (말꼬리 잡으시는군요.)

 

미 하원을 출입하는 기자가 인터넷에 질문을 올렸다. “What does ‘beg the question’ really mean?”(‘beg the question’이란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그러자 여기 저기서 답변이 올라왔는데, 그 뜻이 다양하여 사전적 의미와 실제 사용되는 의미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You’re begging the question.” 이 말은 토론장이나 강의 댓글 등에서 빠지지 않는 어구다. 그런데도 기자나 작가들마저 그 의미를 혼동하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쓰기로는 ‘raise the question’, 즉 말꼬리를 잡고 자꾸 시비를 건다는 의미다. 특히 언론에서 그런 의미로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표현에 사용된 question은 ‘의문문’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얘기의 핵심’을 가리킨다. 라틴어 ‘petitio principii’로 시작한 이 표현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여러 가지 의미로 발전했다. 옥스포드 사전(OED)에는 1581년 수록되면서 그 첫번째 의미는 ‘본론을 피하다’, 두 번째로는 ‘뻔한 얘기를 하여 말싸움 걸다’의 뜻이 되었다.

예를 들어 ‘그는 멍청하니까 우둔하다(He is dumb because he is stupid.)’라는 말을 살펴보자. 멍청하고 우둔한 것은 사실상 같은 얘기다. Stupid라는 말이 dumb의 이유나 설명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이유나 결과가 엉성하게 비약되고 가정 속에 이미 결론이 있다면 가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The sentence has begged the question.”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증거도 없이 사실인 양 말하는 화법, 마치 검증된 진리라도 되는 양 전제하고 말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대개 논리에 허구성이 있다. 가령 “성서는 모두 사실이다. 왜냐하면 신은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이다.” 라든지, “텔레파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논리의 허구성이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낙태는 살인이다. 살인은 불법이다. 고로 낙태는 불법이다.”같은 식의 논법도 나온다. 모두 “You’re begging the question.”이라는 비판을 듣기 쉬운 말들이다.

검증도 안 된 것을 진리처럼 단정하고 말을 시작하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 매우 많다. 어떤 서양 학자는 불교의 인연설이나 연기설도 이런 부류라고 지적한다. 

어른들이 자주 말하는 ‘부부는 원수간에 만나고 자식은 빚쟁이 사이’라고 하는 표현도 증명하기 어렵고 증거도 없이 단정지은 것이다. 부부는 ‘사람의 시간으로 4억 3,200만 년이나 되는 겁이 쌓여 이루어지는 특별한 인연’ 이라는 말은 검증이나 확인이 불가능한 단언에 불과하다. 

그런 경우엔 단순하게 “I beg to differ.”(실례지만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하면서 물러나거나, “You're begging the question.”이라고 응수하는 게 나을 것이다. 

‘뻔한 얘기를 꺼내거나 말꼬리 잡는 화법, 선문답 식으로 유도한 돌고 도는 논리의 허구’ 모두 “You're begging the question.”의 범주에 속한다. 단순하게 ‘논점을 회피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위해 자의적 판단과 결론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그런 대화가 싫다면 간단하게 말해 주면 된다 - “You're begging the question.”
 
 
from 한국아이닷컴 임귀열 영어
posted on May 16,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