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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번역가의 삶

번역가의 기쁨은 이런 게 아닐까요? -- 새벽녂 떠오른 생각

데뷔작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궁금해서 또 다시 서평을 찾아보았다. 설레이면서도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초조해짐을 느끼는 순간이다. 다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차라리 독자들의 서평은 보지 않는 편이 낳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앞으로 번역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려면 비판과 평가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번역은 정치적 행위이며, 번역가는 소통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므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바로잡는 것이 번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번역한 책이 손에 꼽히는 수준이라 그리 많은 서평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글을 쓰기 전에 발견한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에 대한 한 독자의 서평을 보고 잠시 감동에 젖어 들었다. 번역가가 되어 개인적으로 보람이야 많이 느꼈지만 독자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끼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되었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이 독자의 이야기는 오늘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나에게는 구명조끼나 다름이 없었다. 

사실, 데뷔작으로서 이 책을 번역하면서 수없이 많은 심리학 자료를 찾아 다녀야 했고 한달 반, 두달을 밤을 지새우며 긴장과 초조감 속에서 번역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함께 번역한 이영진님과 실시간으로 메신저를 두드려가며 밤을 지샌게 엊그제 같다. 심리학 박사들의 논문이라 앞 뒤 배경이 생략된 인용문들이 수 없이 등장하였고, 전문용어들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이고 근거 있는 설명을 만들기 위해 마감일까지 '고통' 속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감을 했을 때는 마치 전역한 기분이랄까, 또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살아오면서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짜릿함'이랄까,,, 흥분, 기쁨 등 복합적인 감정 속에 한 동안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 내게 번역가로서의 기쁨을 일깨워 준 이 독자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우리말의 묘미를 살린 맛깔스럽고 깔금한, 또 쉽게 읽히고, 원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는 번역을 하리라 한번 더 다짐한다. 한 선생님의 말씀처럼 번역가는 '연구자' 일 것이다. 
끈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번역가! 결국 그 결실은 독자의 감동이 아닐까 한다. 

네이버 독자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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