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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ROK NAVY

한 때 나의 집

내가 바다에 몸담았던 삼년...

나와 함께 했던.. 아니 나를 싫고 다녔던..

DD-916 전북함...

 

나의 부대였고, 나의 집이었고, 나의 배였다.

나는 이배를 수리했고, 색칠했고, 하루 5번이상 닦고 문질렀다.

이런  삶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새벽 바다, 안개에 휩싸인  함수 갑판에 서서 육지를 찾아 보았다.

수평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 세상은 내가 있던 곳이었다.

수없이 많은 얼굴들이 수평선 위로 떠오르곤 했었다.

 

나의 전역 1년 후 전북함도 퇴역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정동진의 통일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나의 배를 보며...

옛날의 삶을 회상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일이 벌어졌던 함수갚판 포대와 함수 창고...

링스가 떴다 앉았다를 수없이 했던 비행 갑판...

스크류 도는 물살 속에 짬밥을 버리던 취사병들이 모여 담배 피던 함미 갑판...

 

하나의 도시나 마찬가지였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뒤섞여 있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전역 후 정동진을 갈 기회가 있어서 나의 배를 찾았었다.

간첩선 몇대를 잡은 구축함이건만 관광지 속에 있는 전시물로 전락되어 있었다.

 

세월은 기억을 잊게 하는 것일까?

세월을 따라 사람도 변하는 것일까?

 

하나 하나의 기억들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전북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뱃사람으로서의 삶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