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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세계/좋은 책과 리뷰

번역과 번역가들-쓰지 유미/송태욱 옮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나라와 인종, 문화에 상관없이 번역가는 공통의 문제로 고민하고 비슷한 방법으로 난관을 극복해나간다는 점이었다. 유럽 각국의 번역가들, 일본의 번역가들, 그들의 삶은 한국의 번역가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외국어를 자국의 언어로, 그것도 자국의 문화와 실정에 맞게 옮겨 놓는 일... 번역이 그저 해석에 불과한 작업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번역이란 그 이상의 작업임을...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 권의 책이 나온다는점을 각 번역가들이 나름의 경험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해외 번역가들의 인터뷰와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명 번역가들의 글을 위주로 구성했다고 하는데, 시대 배경은 1990년 대로 추측된다. 2006년경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터넷 서점 등에서 책 소개가 부족하고 홍보도 잘 안 되어 있다. 일반 독자들보다는 번역가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번역가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며 해외 번역가들의 애환을 간접 체험하고 나름의 번역관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난독증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볼 때 번역에 문제가 많은 편이다. 나 또한 번역가로서 남의 번역을 뭐라고 할 처지는 안 되지만, 초고를 쓰고 2차, 3차 교정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일정이 바빠서 초고만 급하게 넘겨 출판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으로 번역문을 다시 '번역'하며 글의 함의를 찾아내느라 진땀을 뺐다. 그래도 내용과 주제는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번역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소장하면 좋은 책이다.


한국에 비교했을 때 유럽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번역가에 대한 처우가 좋다고 하지만, 번역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두고는 어느 나라의 번역가이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가령, 직역이나 의역이냐 하는 나름의 번역관에서 차이가 나고 번역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번역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싶을 때 책장을 열어보라. 해외의 선배 번역가들이 친절히 길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