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의 세계/좋은 책과 리뷰

나도 번역 한번 해 볼까


먼저 번역가가 되겠다고 '남들이 보기에 무모하게' 번역이라는 세계에 뛰어든지 햇수로 3년이다. 물론 아직 내가 초보번역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마 평생을 번역해도 '초보번역가'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책임 있는 번역, 올바른 번역, 즉 좋은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훌륭한 번역가 선배들이 많지만, 감히 내 생각을 밝히자면, 번역을 '항해'나 '탐험'에 비유하고 싶다. 'Text'속 세상을 항해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작업이랄까....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말이다.
번역가가 되어 작품을 한 권, 두 권... 내고 번역에 대해 차츰 알아가는 과정 역시 일종의 탐험이 아닐까..... 책마다 그 안에 새로운 세상이 담겨 있으니...내 얘기를 하자면, 지금 내가 바라보는 번역과 번역에 처음 뛰어들었던 시절의 번역은 지극히 다르다. 달리 말하면 현실, 번역계의 실정을 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나 또한 그저 영어가 좋아서, 책이 좋아서, 번역이 하고 싶어서... 등 아주 단순하고 자의적 생각으로 번역에 뛰어들었고, '무모하게' 직장을 정리했고, 번역공부를 했다. 그래도 1년 이상을 수입 한푼 없이 살고 가계의 짐을 아내에게 짊어지우면서까지  '번역가'라는 타이틀에 막연히 매료되어 있었기에 지금까지 열심히 번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가'... 거창하게 얘기하면 문화와 문화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고, 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번역가들일터이다. 여하튼 탐험가 기질이나. 집요함, 끈질김 없이는 번역을 지속해나가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 번역이라는 의미이다. 항상 새로운 지식을 찾아야 하고, 고민해야하고, 때로는 꿈속에서까지 구문을 떠올리며 골치를 썩혀야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그래도 초창기의 고생은 보약과 같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인고의 과정이 없이는 좋은 번역이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번역가 자신이 자존감과 자긍심을 갖춰야 한다.  번역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 이 힘든 일을 왜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역설적이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은 주위에서 번역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번역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의외였다. 한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진만큼 자긍심만은 갖추자고 다짐했다. 그들로 인해 잠시 가치관의 혼란을 겪긴 했지만, 어쨋든 잘 극복하고 지금까지 훌륭한 번역은 아닐지언정 내 수준에서 최대한 양심적으로, 최대한 책임있게 번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간 듯 하다. 여하튼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에서 끌린 부분이 있다.

1. 자존감을 가져라.
2. 자신을 마케팅하라.

최근에 번역가에게 중요한 게 뭐일까 고민하던 나로서는 끌리는 대목이었다.
사람마다 책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 이 두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은 번역가 지망생이나 초보번역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정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 번역가, 번역가의 일상, 계약서 작성, 기획서 작성 등,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 정보들을 설명하고 있다. 너무 세세하게 설명해서 민망한 부분도 있고, 너무 일반화시키진 않았는가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기존에 이런 책이 없었기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에 대해 혹자는 저자가 소속된 에이전시 홍보용으로 이 책을 썼다고 비판하고, 혹자는 혹세무민의 시기에 부풀린 정보로 사람들을 꾀어낸다며 비난을 하고, 또 혹자는 번역가 지망생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책이라고 칭찬한다.  내가 이 책을 정독한 바로는 책 속에서 앞의 두 경우를 생각할만한  의도를  찾지 못했다. 간혹 유용한 사이트를 소개할 때 저자가 운영하는 '주간번역가 카페'를 소개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사이트를 통해 번역과 인연을 맺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나 이 책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내가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쨋든, 이 책을 읽기 전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날 선 서평을 봤을 때는 나 역시 오해를 할 뻔도 했다. 그 만큼 자기자신의 자존감 없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 자존감 없는 태도가 현직 번역가와 출판계 출신에게서 흘러 나왔으니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크단 말인가......

결국, 자기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오늘도 나만의 번역세계를 만들어가며 번역가로서의 삶을 한번 되짚어보았다.


2012년 2월 5일.
이 책의 저자가 친절하게도 이북을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번역가와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하여 링크를 달아둔다.

http://translatorsweekly.com/download.php